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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공수표' 용유·무의 이번엔 개발될까

 

[인천시가 직접 나서서 관광·레저 도시 추진]


SK·대우건설 등 참여 "내년 말에 공사 시작" 자금조달 계획 불투명
재산권 제한받는 주민들 "여러번 속아 믿음 안가, 땅 사들인 뒤 얘기하라"

'이번에는 되겠나?'

인천시가 지난 20일 '용유·무의 문화·관광·레저 복합도시 조성사업'(이하 용유·무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회사(SPC) 설립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민간사업자에게 맡겨놓았던 이 사업에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핵심인 자금 조달 계획이 분명치 않아 또 한 번의 '계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시를 못 믿는 주민들은 아예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12월에 주민설명회

시는 이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자금을 마련하는 등의 역할을 맡을 회사(SPC)를 곧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4년여 동안 이 사업을 맡아 추진했던 켐핀스키 컨소시엄(이하 K컨소시엄) 대신 시가 나서 사업의 틀을 잡아나가겠다는 뜻이다. 이는 K컨소시엄이 그동안 사업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지난 8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바뀌면서 이번 사업을 맡으려면 '회사의 자본금이 1조원 이상', '매출액 3조원 이상' 등의 조건을 갖추도록 했는데 K컨소시엄이 이 자격에 미달한다는 점도 큰 몫을 했다. 시가 곧 구성하겠다는 SPC는 K컨소시엄 200만달러(약 23억원), 대우건설 15억원, 대한항공 15억원, C&S 자산관리 10억원 등 모두 63억원의 자본금으로 만들어진다.

인천시가 세계적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용유·무의 문화·관광·레저 복합단지 조감도.
   /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이 회사가 만들어지면 오는 12월 시와 업무 협약을 맺은 뒤 주민설명회를 열고, 개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그것이 끝나면 내년 12월 말에 해당 지역에 대한 보상작업과 함께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20여년째 '헛바퀴'

하지만 이 같은 시의 발표는 해당 지역 주민을 비롯한 지역사회에 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시가 용유·무의 관광단지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 이미 20여년 전부터이고, 그동안 사업을 맡았던 기업이 몇 차례 바뀌며 시간만 흘려보냈기 때문이다. 시는 용유·무의도 일대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2003년)되기 훨씬 전인 1989년 이곳에 관광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이 일대 700여만㎡를 유원지 지구로 지정했지만 10여년이 지나도록 계획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그 뒤 2001년 공모를 통해 한 미국계 회사를 사업자로 뽑은 시는 이 회사를 통해 세계적인 관광단지를 만들 것이라고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회사는 끝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시는 결국 이 회사와의 계약을 취소한 뒤 시 산하 인천도시개발공사를 대타(代打)로 내세웠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형편이었는데도 2003년 이 일대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자 시는 용유·무의도 전체인 21.65㎢를 국제적 관광단지로 개발하겠다며 오히려 대상 지역을 넓혔다.

다시 몇년을 허송한 뒤 인천시는 2007년 독일계 호텔·리조트업체인 켐핀스키그룹을 사업자로 뽑았다. "이번에는 틀림없다"는 것이 인천시의 선전이었지만 역시 사업비를 마련하는 데 실패해 약속은 또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이 그룹이 시와 사업자 계약을 맺을 때 "2020년까지 최대 80조원을 들여 관광단지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지난 4년여 동안 SPC를 만들기 위한 500억원의 자본금도 마련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에 시는 이 K컨소시엄 대신 나서면서 "중동과 중국계 업체들이 투자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전례들로 미뤄볼 때 큰 기대를 갖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주민들만 애꿎은 피해

시는 1989년 용유·무의도 지역에 관광단지를 만들겠다고 처음 계획을 세운 뒤부터 이 지역에서 건축물의 신·증축을 거의 허용하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관광단지를 만들게 되면 해당지역의 땅과 건물을 사들이고 보상도 할 것이니 손대지 말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이미 20여년째 미뤄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역은 여전히 관광단지 예정지로 묶여 있다 보니 주민들은 건물이 낡아도 마음대로 고치지 못하고, 사고파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저히 놓아둘 수가 없어서 건물을 고치거나 새로 지으면 원래대로 되돌려 놓으라는 명령을 받고, 벌금 형식의 돈(이행강제금)까지 내야 한다. 그 돈만 현재 40여억원이 된다고 한다. 이 돈을 내지 못하면 다른 재산을 압류해 놓는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시를 상대로 항의하고 시위도 벌이면서 "차라리 개발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런데도 시는 이번에 또 확실한 자금 조달 계획도 없이 새로운 개발 계획을 덜렁 내놓은 것이다.

'용유·무의 통합 주민대책위원회'의 정병한 위원장은 "시가 새로운 계획을 밝혔지만 주민들은 이를 믿을 수 없다"며 "사업을 할 것이면 해당 지역의 땅을 바로 사들이고, 그럴 능력이 없으면 아예 개발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다음주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을 면담하고, 여기서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하면 '전면 백지화운동'을 적극적으로 펴나가겠다는 방침이어서 시와 큰 마찰이 예상된다.

 

조선일보 (201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