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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큰손 ‘알짜’ 국내부동산 입질

 

지난 9월 전남 해남군 일대에서 중년의 한 남성이 4~5명의 중년 여성들에게 서남해안관광레저기업도시개발사업(J프로젝트) 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부지에서 열심히 투자 관련 설명을 하고 있었다. 이 부지가 조성이 되면 서남해안권 최대 부촌으로 부상할 것이란 게 주된 내용이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겠느냐는 질문에 이 남성은 “국내 투자자 외에 중국의 부호들이 세컨드하우스를 갖고 싶어하는데 이 지역은 중국과 거리가 가까운 데다 골프장 등 주변 여건이 좋아 중국 부호들이 선호한다”며 “이같은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서 분양은 성공리에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중국 큰손 알짜 부동산에 군침

 

중국 ‘큰손’들이 한국의 알짜 부동산 매입에 본격 나섰다.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알짜 부지를 대상으로 중국 부호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중국인들이 찾고 있는 J프로젝트는 해남, 영암지역 바다를 메워 개간한 간척지를 민간사업자가 사들여 대규모 관광레저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J프로젝트의 경우 수십개의 골프장이 들어서는 방식으로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골프장 공급이 과잉인 상황에서 무리한 설계가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J프로젝트 시행사 관계자는 “골프장이 많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골프장 중간중간에 웰빙 스타일의 단독주택을 지어서 돈 많은 은퇴가족을 겨냥한 설계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특히 중국의 부호들이 이같은 주택 구입을 선호하고 있어 성공적으로 분양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J프로젝트 외에도 국내 주요 지자체마다 알짜 부지를 차이나 머니에 매각하기 위한 작업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도를 비롯해 인천 영종지구와 강원도 평창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부동산투자이민제도가 허용된 곳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서 이 제도가 허용된 곳은 제주특별자치도, 강원도 알펜시아, 전남 여수와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 지구 등 4곳이다.

 

외국인이 휴양 목적으로 콘도, 리조트, 펜션, 별장 등 150만 달러(약 1억6900만원)이 넘는 부동산을 구입하면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부동산 취득 후 5년간 투자를 유지하면서 국내에 체류해야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 제주도에 올라선 차이나 머니

 

이 가운데 제주도는 중국 투자자본 집행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제주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중국 기업만 5곳에 이른다.

 

제주도는 최근 중국 기업과 중국내 투자자문관 등 20여명을 초청해 투자진흥지구 사업현장 등을 소개하는 팸투어를 실시했다. 초청된 8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제주 투자를 거의 확정했다.

 

중국 분마그룹, 백통그룹, 흥유개발, 시포트그룹, 소림사, 광요그룹, 팬차이나 등 7개 기업은 제주 개발사업 투자를 위해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거나 부지 매입을 협의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분마그룹, 백통그룹, 흥유개발, 시포트그룹, 소림사는 제주 현지법인 설립을 마쳤다. 5개 기업이 밝힌 투자 예정액만 2조9400억원에 이른다. 분마그룹은 572억원, 백통그룹은 100억원, 흥유개발은 30억원을 각각 현지법인을 통해 입금했다.

 

중국 투자자본은 대체로 호텔과 콘도, 쇼핑몰 건설 등 레저ㆍ관광업에 몰리고 있다. 중국 기업이 제주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는 제주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청정자연환경, 노비자 지역, 카지노 등 위락시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해 2월부터 시행 중인 부동산영주권 제도 역시 중국 기업들에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1월 1일 부동산투자이민제가 허용된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에도 중국계 자본의 ‘입질’이 이어질 전망이다.

 

인천경제청은 부동산투자 이민제 도입으로 4290억원 이상의 해외투자 수익과 3000명의 고용유발 등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 부유층들의 부동산 구입 등 투자 유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는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활성화를 위해 중국 자본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영주권 조건분양 상품을 앞세워 상하이 등 중국에서 두 차례, 일본에서 한 차례 박람회를 열어 외국인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박람회 때마다 10여 건의 문의가 이어지자 강원도와 도개발공사는 투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또 최근에는 중국 국영기업으로 국가체육총국이 대주주인 중티찬예그룹 고위 관계자 등이 방문해 시설을 둘러봤다.

 

강원도와 도개발공사는 국회에 상정된 올림픽지원특별법이 통과돼 알펜시아 지구가 올림픽특구로 지정되면 중국인 자금 유치가 탄력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림픽특구로 지정되면 외국인 학교 및 병원,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이 들어서 중국자본의 투자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 한국 부동산 입질은 왜?

 

이처럼 중국 큰손들이 한국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내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우려해 부동산 규제를 대폭 강화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폭등하는 부동산시장을 잡기 위해 각종 규제를 적용하면서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현상을 빚고 있다. 정부 규제가 한몫하기는 했지만 너무 많이 오른 가격도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 부동산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는 반면 한국 부동산 시장은 최근 몇년 동안 침체상태에 빠져 대조적이다. 한국 부동산이 중국에 비해 안전자산에 속하는 데다 저가 매수 메리트가 발생한 점이 중국 자본 유입의 큰 배경이 되고 있는 셈이다.

 

 

파이낸셜뉴스 (201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