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뉴스
서울서 지척…자전거·트레킹 코스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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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레저의 메카’로 떠오르는 영종도 체험기
공항철도의 전 구간 개통 후 영종도가 새로운 레저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주말이면 자전거를 싣고 공항화물청사역·운서역에 내려 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들이 크게 늘어난 것. 이를 입증하듯 공항철도 이용객도 전 구간 개통 직후인 지난 1월 일평균 5만6000명에서 7월에는 9만 명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인천시·인천공항공사·신공항하이웨이·코레일공항철도 등 관련 기관도 영종도 특수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에서 50분 거리에 고즈넉한 해수욕장이 13개가 있다는 점은 서울·인천 시민들에겐 축복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몰랐던 영종도의 매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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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홍콩에서의 주말여행을 끝내고 일요일 오후 입국한 직장 여성 A 씨 일행은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철도에 몸을 실었다. ‘서울까지 가는 동안 이제 더 이상 타는 사람은 없겠지’라고 생각했던 A 씨는 운서역에서 자전거를 끌고 온 사람들이 우르르 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기에 뭐가 있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타나?’ 즉시 스마트폰으로 ‘영종도, 자전거’를 검색하자 ‘영종도 자전거길’, ‘영종도 자전거 일주’ 등이 주르륵 나타났다. ‘아, 이렇게 자전거를 싣고 와서 영종도 일주를 하는구나’라고 깨달은 A 씨는 다음 주에 자신도 자전거로 영종도를 여행하기로 했다.
서울역과 인천공항역을 잇는 인천공항철도의 1단계 개통은 2007년 3월 23일로, 김포공항역과 인천공항역이 연결됐다. 2010년 12월 29일 김포공항역과 서울역 구간을 잇는 2단계 개통 이후 전 구간 개통이 완료됐다.
인천공항철도는 인천공항 이용객을 주 타깃으로 한 것이지만 관광 수요도 점차 가세하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철도 이용객은 지난 1월 일평균 5만6000명 수준에서 매월 꾸준히 증가해 7월에는 9만 명에 이르렀다. 물론 날씨가 좋아지면서 항공 여행 수요도 함께 늘어났지만 영종도 레저 여행 수요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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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철도 전 구간 개통 후 꾸준히 승객 늘어
인천공항역 바로 직전 역인 공항화물청사역은 주말이면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로 북적인다. 공항신도시에 인접한 운서역과 달리 공항화물청사역은 인근에 아무런 주거·상업 시설이 없다. 들판에 아무렇게 자란 잡초들만 무성할 뿐이다.
그야말로 허허벌판이다. 공항화물청사역 관계자는 “평일에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공항화물청사역에서 30여m만 이동하면 자전거도로와 만난다. 자동차는 다닐 수 없는 자전거전용도로다.
총 18.6km 길이의 이 자전거도로는 인천공항공사가 만든 것으로 2007년 12월 완공됐다. 공항신도시에서 시작해 인천공항 여객터미널까지 연결된다. 중간에 북쪽으로 스카이72 바다 코스를 따라 갈림길이 있다.
자전거도로는 처음에는 영종신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을 위해 만든 것이었지만 인천공항철도 개통 이후 자전거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됐다. 최근 들어서는 공항화물청사역보다 시작 지점인 운서역에서 출발하는 동호인이 더 많아졌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의 자전거도로가 단순하다 보니 최근에는 영종도 해안을 따라 가는 영종도 일주 코스가 더 각광받고 있다. 영종도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트위터 아이디 skybonto(스카이본토)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천공항으로 연결되는 자전거 길은 코스가 단순하고 길이 그리 좋지 않아 자전거 동호인은 해안 일주 코스를 더 선호한다.
인천공항길은 중간에 쉼터가 없어 더울 때는 그늘이 없다. 민원을 계속 넣어 최근에 정자 2개를 만들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자동차로 자전거 길을 대략 훑어보니 날씨가 너무 덥지만 않다면 탁 트인 초록의 들판을 바라보며 가는 길이 그리 나쁠 것 같지 않았다. 초보자는 운서역에서 시작해 인천공항까지 가는 길을 한 번 달려보고 난 뒤 영종도 일주 코스를 가는 편이 좋을 듯하다.
공항신도시는 영종도의 북쪽 바다에 인접해 운서역에서 내려도 일주 코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영종도 일주 도로를 이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와 영종도 선착장에서 라이딩을 시작하는 방법이다.
55~60km 길이의 영종도 일주 코스는 아침 일찍 시작하면 하루 일정으로 돌아보기 좋은 코스다. 인천대교가 개통된 후 차량 접근성은 더욱 좋아졌지만 순수한 자전거 여행은 선착장을 더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한편 전국적으로 올레길·둘레길 등 하이킹 코스 열풍이 분 것에 힘입어 영종도에서 새로운 길이 생겼다. 이름은 ‘섬돌이길’이다. 영종도는 원래 공항 동쪽에 있는 섬을 말하는 것이었다. 공항 서쪽은 용유도로, 영종도와는 분리된 섬이었다.
인천공항을 건설하며 바다를 매립해 지금처럼 하나의 섬이 된 것이다. 지금도 공항 서쪽은 용유도로 불리며 관광 지도에도 용유도로 표시돼 있다. 공항 동쪽은 공항신도시와 영종하늘도시 등 주거지역으로 개발되고 있고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간직하고 있는 곳은 용유도 서쪽 해안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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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돌이길 트레킹하며 보는 낙조 일품
섬돌이길은 용유도 서쪽을 최남단에서 최북단으로 잇는 길이다. 무의도 선착장 직전의 잠진회타운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마시안 해변·주름섬·용유해변·선녀바위해변·을왕리해변·왕산해변까지 이어진다.
서쪽 해안이기 때문에 해질 무렵에는 낙조가 아름답다. 트레킹의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인천공항터미널에서 서쪽 일주도로를 향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섬돌이길은 영종도 외에 무의도·장봉도·시도 등 인근의 작은 섬들에도 있다. 영종도에 딸린 섬 중 가장 큰 무의도의 섬돌이길은 등산 코스인 호룡곡산을 오른 뒤 하나개해변·실미해변·실미도·거잠포해변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무의도에서 실미도까지는 바닷물이 빠지면서 하루 2시간 정도 도보길이 생긴다. 무의도에는 ‘천국의 계단’, ‘칼잡이 오수정’ 세트장이 있다. 실미도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실미도’의 세트가 있었으나 영화 촬영 직후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모두 철거돼 사진만 남아 있다.
영종도에서 즐길 만한 음식점들도 용유도 서쪽 해안에 모여 있다. 영종도 안내 지도를 들고 섬돌이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맛집을 찾아가면 된다. 신공항하이웨이의 ‘영종도 여행 지도’에는 추천 맛집 16곳이 표시돼 있다.
신공항하이웨이의 김기원 대리는 “여행 지도에 오른 맛집은 광고비를 받고 실은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일일이 찾아낸 곳으로 어느 곳이든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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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당일 김 대리에게 싸고 맛있는 집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미애네 칼국수’를 알려줬다. 7000원짜리 칼국수 2인분을 주문했는데, 지름 40cm가량의 큰 냄비에 엄청난 양의 바지락·홍합·키조개·새우가 담겨 나왔다. 주문을 받은 뒤 충분히 끓여 익혀 나온다.
또한 콩나물을 얹은 보리밥이 따라 나온다. 성인 남자 두 명이 먹어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김 대리는 “식당들이 옛날에는 엄청나게 퍼 줬는데 요즘에는 옛날만 못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산물 인심은 후했다. 낙지와 전복이 추가된 업그레이드 해물 칼국수는 소(小)자 사이즈가 3만 원부터 시작한다.
장봉도는 공항북로 끝의 삼목선착장을 이용해야 한다. 신도선착장을 한 번 거쳐야 장봉도의 옹암선착장까지 갈 수 있다. 신도·시도·모도는 모두 다리로 연결돼 삼형제섬으로도 불린다.
시도 북쪽 수기해변에 섬돌이길이 조성돼 있다. ‘슬픈연가’, ‘풀하우스’ 세트장이 이 길에 포함돼 있다. 동서로 길쭉한 장봉도는 북쪽 해안을 따라 섬돌이길이 조성돼 있다.
영종도 여행의 보너스 같은 구경거리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남쪽 하야트리젠시인천(KAL)호텔에서 남측 도로로 이어지는 길은 활주로와 불과 50m 떨어져 있다. 착륙하기 직전 낮게 떠서 날아가는 비행기가 손에 잡힐 듯 보이는 광경은 비행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다.
비행기가 3~5분에 한 대씩 내려오기 때문에 지겨워질 때까지 볼 수 있다. 차로 공항남로까지 1~2분만 더 나가면 머리 위에서 지나가는 비행기를 직접 볼 수 있다. 지면과의 거리가 100m도 안 되기 때문에 굉장히 크게 보이는 비행기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베드타운 매력 커지는 공항신도시
서울역까지 50분…20~30대 ‘북적북적’
인천공항철도 개통 이후 공항신도시도 한층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에서 출퇴근하기가 더욱 편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역까지 일반 열차로 53분, 직통 열차로는 43분이 소요된다.
일반 열차의 운임은 3700원, 직통 열차는 1만3300원이다. 직통 열차는 서울역과 인천공항역 외에는 정차하지 않는다. 공항신도시는 인천공항역보다 두 정거장 앞이므로 실제 소요 시간은 일반 열차로 50분 이내다.
10년 전 입주를 시작한 공항신도시는 인천공항 근무자들만 주로 거주하는 곳으로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6500가구 규모로 초등학교 2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1곳이 있을 정도의 대규모 신도시다. 역 인근에 커피 전문점과 학원 등이 있는 모양새가 일산이나 분당의 역세권과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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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7시 사이 운서역 앞에 있으니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줄지어 역으로 모여들었다. 20~30대의 젊은 여성들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트위터 아이디 skybonto는 “공항신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인천공항 종사자가 대부분인데, 대부분 외주 업체 직원들”이라고 얘기했다.
역발상으로 직장이 상암동이거나 서울역 근처라면 공항신도시에서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비가 부담이 되겠지만 서울의 주거비를 생각하면 수지가 얼추 맞을 듯하다.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운서역에서 가장 가까운 영종주공스카이빌10단지 76㎡(23형)의 매매가 상위 평균은 1억9000만 원, 전셋값 상위 평균은 1억 원이다. 대형인 풍림아이원2차 142㎡(43형)는 매매가 상위 평균이 3억7500만 원이지만 전셋값 상위 평균은 1억3000만 원에 불과하다.
전셋값은 소형 평형과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를 서울에서 얻으려면 1억 원 이상이 더 필요하므로 그에 대한 이자를 감안하면 교통비는 나오는 셈이다.
그러나 skybonto는 “젊은 사람들은 1~2년을 못 버틴다. 극장 등 문화 시설이 없어 서울이나 인천으로 나가야 하고 밤늦게 대중교통이 끊기면 몇 만 원씩 택시를 타고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에 비해 아이 키우기는 좋다. 교통사고나 학교 폭력 등 안전사고가 없다.
은퇴 후 오는 사람도 많다. 불편한 것도 많지만 뭐, 공기는 좋지 않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영종도 동남쪽에는 공항신도시보다 훨씬 큰 규모로 영종하늘도시 개발이 예정돼 있다. 인천과학고와 인천국제고가 들어올 계획이 잡혀 있다.
한국경제 (2011-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