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창(60) 파라다이스그룹 부회장은 매일 아침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평소 직원들과 공유하고 싶은 좋은 글귀나 사진을 보내거나 경영전략이나 목표 등을 담아 보낸다.
최근에는 휴가를 가지 못한 직원들을 위해 세계 유명 관광지를 모은 사진을 보냈다. 사진으로라도 휴가를 떠난 기분을 느껴보라는 생각에서다.
김 부회장은 “사업이 잘 되려면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친해져야 한다”며 “직원들과 생각을 주고 받다 보면 CEO라는 자리가 주는 거리감도 사라져 같은 목표를 갖고 함께 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e메일을 쓰기 시작한 건 2003년 CJ제약사업 본부장 시절 때부터다. 당시 기업들은 직원의 건강이 기업 경쟁력이라며 아침식사를 챙겨주고 금연운동까지 벌였다.
그러나 그는 신체적 건강만큼이나 조직 내 건강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생각대로 e메일 경영 덕에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 덕분에 CJ그룹에서 수많은 성공 스토리를 가진 대표적인 CEO가 됐다.
경남 남해 출신인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삼성그룹 비서실을 거쳐 제일선물·CJ투자증권·CJ제일제당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2000년 CJ제일선물 대표로 취임했을 때는 1년 10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을 2배 이상으로 늘리며 업계 8위였던 회사를 2위로 끌어올렸다. 2004년 외국계 금융회사에 매각이 무산된 CJ투자증권(현 하이투자증권) 대표에 취임해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만들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3개월 전 현대중공업그룹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김 부회장은 “대표직을 맡은 계열사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았지만 그럴수록 냉철하게 판단하고 결정했다”며 “직원들과 서로 의지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CJ그룹에서 승부사로 통한 그는 올 초 카지노와 호텔 사업이 주력인 파라다이스 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룹의 미래 사업으로 꼽히는 영종도 복합리조트(IR) 개발을 진두지휘 하는 그를 8월 20일 서울 장충동 파라다이스그룹 부회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30년 넘는 직장생활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말했다.
자리를 옮긴 지 6개월이 지났다. 어려운 점은 없나.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새로운 업무여서 걱정도 많았지만 여러 업종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와보니까 카지노 산업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았다. 대부분 카지노라고 하면 도박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카지노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광산업이다.”
카지노 산업의 경제적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가.
“카지노는 고용·생산·부가가치 등에서 다양한 효과를 낸다. 외화가득률은 92.9%에 달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 카지노에서 1000달러를 쓰면 이 중 937달러의 외화가 국내에 남는다는 얘기다. 자동차(71%)·휴대전화(52%)·반도체(43%)보다 높다. 매출도 전체 관광산업에서 15%(2조3000억원)나 된다. 특히 우리가 인천 영종도에 설립하는 복합리조트(IR·Intergrated Resort)가 문을 열면 고용인원 76만여명, 생산 6조3729억원, 부가가치 2조6662억원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라다이스그룹은 2017년 개장을 목표로 인천 영종도에 복합리조트를 짓고 있다. 투자비만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대지 면적 33만6000㎡, 연면적은 22만㎡ 규모다. 파라다이스는 이번 개발을 위해 일본 카지노 업체인 세가사미홀딩스와 합작해 ‘파라다이스 세가사미’란 회사를 만들었다. 김 부회장은 “복합리조트에 카지노를 비롯해 호텔·테마파크·쇼핑몰 등의 시설이 들어선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짓고 있는데.
“국제회의가 가능한 비즈니스 시설 면적은 1만5000㎡, 실내형 테마파크 3만5000㎡, 2만석 규모의 원형 무대도 만든다. 카지노 면적도 1만5000㎡에 달한다. 국내에서 가장 큰 외국인 전용 카지노다. 서울 워커힐 카지노보다 4배 이상 크다.”
복합리조트 부지는 인천공항공사로부터 50년간 임차했다. 매년 토지 임차료만 70억~80억원(현재 공시지가 기준)이다. 김 부회장은 “이번 리조트 개발로 인천공항 이용률이 더 올라갈 수 있다”며 “인천공항공사가 공사를 빨리 해달라고 채근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은 1000만명을 넘어섰다. 환승객도 684만명에 달한다. 일본 나리타 공항을 제치고 동북아시아 최대 환승 공항이 됐다. 2~3년 뒤에는 환승객이 1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매년 2000만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전체 환승객의 약 80%가 공항에서 평균 2시간 머문다”며 “복합리조트가 문을 열면 일반 관광객은 물론 환승객도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공항에서 가깝다. 인천공항여객터미널 내 교통센터에서 리조트 입구까지 직선 거리로 1.1km다. 모노레일을 타면 10분 정도 걸린다. 셔틀버스도 운행할 계획이다.
리조트의 콘셉트는 뭔가.
“한류가 세계적으로 유행한 만큼 한류를 테마로 정했다. ‘K-Beauty·’ ‘K-Food·’ ‘K-Fashion·’ ‘K-Art·’ ‘K-POP’ 박물관을 만들 계획이다. 복합 한류 문화공간이 될 것이다. 한국의 패션이나 화장품 등에 대한 외국인 수요가 늘고 있어 관련 기업도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본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을 가진 삼성전자 등을 소개하는 ‘K-기업관도’ 만들 계획이다.”
해외 카지노 업체들은 이미 세계 곳곳에 복합리조트를 지었다.
“카지노라고 하면 사행산업이라는 선입견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전하다.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카지노가 건강한 레저로 바뀌어야 한다. 아빠는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고 엄마와 아이들은 쇼핑과 레저 시설을 이용하며 가족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관광단지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다.
라스베이거스도 처음에는 도박도시였지만 지금은 가족형 레저산업도시로 변했다. 카지노 외 매출 비중이 40%에 달한다. 싱가포르 복합리조트인 마리나베이 샌즈는 싱가포르의 상징인 멀라이언보다 더 유명한 랜드마크가 됐다. 영종도 복합리조트도 파라다이스는 물론 한국의 대표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카지노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마카오 카지노 전체 매출은 381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카지노 시장으로 성장했다. 카지노 사업장이 35곳이나 된다. 싱가포르도 복합리조트의 카지노 매출이 58억9100만 달러다. 마카오 카지노 매출의 15.5%에 달한다. 총 14개 카지노를 운영 중인 필리핀도 2016년까지 4개의 카지노를 추가로 만든다. 일본도 카지노 합법화를 위한 법안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 카지노 사업이 확대되면 국내 카지노 시장이 타격을 받을 텐데.
“그렇다. 동북아 지역 카지노 개발 움직임은 한국에 상당히 부담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관광객은 238만3000여명이다. 이 중 중국인은 97만명, 일본인은 79만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내국인 허용 카지노를 열거나 러시아가 카지노 단지를 설립하면 중국과 일본 관광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본이 카지노를 개장하면 한국의 카지노 이용객이 연간 11만명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금액으로 따지면 1200억원에 달한다.”
대책이 있나.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수익성은 한계가 있다. 카지노는 3교대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든다. 오전에는 사업장이 비어있고 저녁에만 몰린다. 금요일 밤 비행기 타고 오기 때문에 주말에 이용객이 많다. 반면 마카오는 일주일 내내 사람들이 붐빈다. 마카오는 내국인도 입장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내국인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여부에 따라 가동률이나 수익성이 차이 난다. 한국도 외국인 전용은 물론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 허용이 시급하다.”
국제 컨설팅 업체인 PWC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카지노 수입이 줄어들 나라로 한국을 지목했다. 그는 “외국인 상대만으로 카지노를 지으면 장사하기가 쉽지 않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선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픈 카지노 허용이 유일한 대책인가.
“이미 오픈 카지노를 운영 중인 국가들은 매년 수익이 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고용도 늘었다. 2000년 강원랜드 카지노 허용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지금은 어떤가. 줄을 서서 들어갈 정도로 손님이 많다. 2010년 10월 문을 연 스키장과 콘도 등도 생겨 연간 430만명이 방문한다.
물론 도박중독증 등 여러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국인들의 출입 규제를 강화한다면 부작용이 줄어들 수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하루의 입장료는 우리나라 돈으로 9만원에 달한다. 가족들이 특정인을 블랙리스트로 올리면 카지노에 출입을 할 수 없다.”
오픈 카지노가 허용된다면 어느 지역이 적합한가.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 문을 열면 도박중독 등의 폐해와 강원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상황을 감안할 때 이미 관광특구로 지정된 제주도가 적지가 아닐까 싶다. 제주도는 국제공항과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외국 기업에게 오픈 카지노를 허용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싱가포르 정부는 2010년 자국 기업 대신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투자를 받아 마리나베이 샌즈와 리조트월드 센토사를 지었다. 당시 두 기업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현재 싱가포르 카지노를 방문하는 90%가 싱가포르 사람이다. 싱가포르 돈 90%가 그 기업으로 들어간다.
반면 우리에겐 돈과 기술력이 있다. 외자 유치는 돈이 없거나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강원랜드 카지노 매출의 90%가 한국인 주머니에서 나온다. 내국인 카지노 허용이 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투자하겠다고 줄을 설 것이다. 외국 카지노 업체에 오픈 카지노를 줄 필요가 없다.”
김 부회장은 인터뷰 내내 카지노 산업과 그룹의 미래에 대해 쉼없이 얘기했다. 취임한 지 6개월에 불과했지만 관련 시장에 대한 전문가가 됐다. 한 번 일을 추진하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돼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예컨대 그는 골프에 입문한지 2년 만에 ‘싱글’ 골퍼가 됐다.
친구들에게 이끌려 첫 라운드에 나선 그는 첫 티샷에서 5번을 헛치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이왕이면 잘 해보자’ 하는 생각에 골프 연습에 몰두했다. 입문 1년 만에 80대 타수에 들어섰다. 그는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며 “최고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어야지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의 주요 현안은.
“올해 안으로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할 계획이다. 경쟁 업체인 GKL(세븐럭카지노)·강원랜드 등도 이미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있다. 중장기 계획은 카지노와 비카지노 부분의 균형적인 성장이다. 영종도 복합리조트가 문을 여는 2017년 매출 1조5000억원, 2020년에는 2조5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특히 카지노 매출 비중은 2017년 73%, 2020년에는 64%로 낮추고 호텔·엔터테인먼트 매출 비중을 늘려가겠다. 부산과 제주도에도 복합리조트를 만들 계획이다. 2020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을 대표하는 복합리조트 그룹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