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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뉴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복합리조트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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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복합리조트 MBS.
 
돌을 던지면 쨍하고 깨질 것처럼 하늘이 청명하다. 2월 26일 오전 11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Marina Bay Sands·이하 MBS) 호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57층에서 내리면 수영장이다. 높이 250m. 러시아 여인이 야외 풀에서 햇볕에 몸을 맡긴 채 비키니 입은 몸매를 뽐낸다.
 
2010년 4월 개장한 MBS는 1인당 국민소득 5만6113달러(2014년)를 자랑하는 이 도시국가의 랜드마크. 트럼프 카드 두 장이 기대어 선 듯한 모양의 마천루 기둥 셋이 배 모양의 하늘공원(Sky Park)을 떠받친다. 한국의 쌍용건설이 시공했다. 하늘공원에 수영장이 있다. 3개의 마천루 아래 지하 공간은 카지노다.
 
57층 수영장에서 내려다본 싱가포르 금융가의 풍경은 어린이용 블록으로 지은 장난감을 떠올리게 한다. 하늘공원의 길이는 343m. 뱃머리, 배꼬리에 돌출해 서 있는 전망대 앞으로 펼쳐지는 장관이 눈이 어릿어릿할 만큼 찬란하다.
 
80조 시장을 잡아라
 
MBS는 카지노, 호텔, 컨벤션센터, 쇼핑몰, 테마파크, 공연장 등으로 이뤄졌다. 글자 그대로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다. 건축주는 라스베이거스 샌즈 코퍼레이션(이하 샌즈) 회장 셸던 애덜슨(82). 샌즈는 한국 카지노 시장 진출도 희망한다.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했다.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리콴유(李光耀·1923~2015)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부국으로 우뚝 섰다. 도덕국가, 윤리국가, 금욕국가로도 불린다. 그런 싱가포르가 카지노를 허용한 까닭은 뭘까.
 
2021년 음력 1월 1일, 중국인 사업가 린사오량(林紹良) 씨가 춘제(春節)를 맞아 여동생 가족과 함께 인천 영종도 복합리조트 P호텔을 찾는다. 동생 가족이 테마파크에서 즐길 때 린씨는 카지노에서 바카라를 한다. 아내는 면세점에서 ‘설화수’ 화장품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딸은 송도의 한 병원에서 쌍꺼풀 수술을 받는다.
 
한국 정부가 1월 18일 내놓은 ‘제7차 투자활성화대책’에 담긴 복합리조트 구상을 바탕 삼아 구성한 가상의 스토리다. 한국은 수출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 8위 무역대국으로 성장했으나 대기업 집단이 만들어내는 취업유발효과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카지노는 ‘죄악(sin)산업’이다. 복합리조트라는 도덕의 옷을 입혔으나 외국인을 유치해 내수를 살리겠다는 한국 정부 구상의 핵심은 카지노다. 복합리조트는 컨벤션센터, 테마파크 등으로 방문객의 접근을 용의케 해 카지노로 돈 버는 곳이다.
 
싱가포르 정부 역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돈을 쓰게 하면서 내수시장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카지노를 허용했다. 1985년부터 경제 침체기마다 복합리조트를 세우자는 주장이 나왔으나 사회 기강 해이, 가계경제 파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리센룽 총리가 직접 나서 시민을 설득했다. 제조업 관광산업 침체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카지노 허용을 밀어붙였다.
 
외국인 관광객 59.8% 급증
 
전 세계 카지노 산업의 규모는 1500억 달러에 달한다. 그중 절반이 아시아 시장에서 창출된다. 80조 원 시장을 두고 아시아 각국, 카지노 자본이 뒤섞여 경쟁하는 것이다.
 
한국은 싱가포르를 벤치마크로 삼았다. 복합리조트 사업자 3곳이 결정됐으며, 올해 중 2곳을 더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수요 산정을 올바르게 하지 않고 카지노에 다 걸기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지난해 11월 2일 영종도에서 첫 삽을 떴다.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코리아), 람정제주개발이 각각 영종도와 제주도에서 올해 중 복합리조트를 착공한다. 한국 정부는 3곳 외에 추가로 허용하는 복합리조트 한 곳당 1조 원의 투자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싱가포르는 2010년 복합리조트 두 곳을 연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59.8% 증가했다(2009년 970만 명→2013년 1550만 명). 같은 기간 관광수입은 126억 달러에서 235억 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복합리조트를 통해 일자리 2만 2000개가 창출됐다. 일본, 대만도 그런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한다. 각국이 앞다퉈 ‘죄악산업’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카지노 합법화에 나섰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해 5월 싱가포르 MBS를 직접 찾아 실태를 살펴봤다.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3개 정도 건설하려고 한다. 요코하마, 오사카, 오키나와가 후보지로 알려졌다. 내국인 출입 허용 여부는 일본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대만은 북방 섬인 마쯔열도를 ‘제2의 마카오’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2019년까지 카지노를 개장할 계획이다. 베트남도 카지노 사업에 뛰어들 태세다.
 
한국 처지에서는 일본, 대만에 기선을 빼앗기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카지노 관광객을 이들 국가에 빼앗길 수도 있다. 정부 안팎에서 “복합리조트 시장을 선점하려면 착공했거나 착공을 앞둔 3곳 외에 4~5곳의 복합리조트를 더 허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영종도를 한국의 라스베이거스로 키우자” “카지노로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돈을 빨아먹겠다”는 식의 생각은 위험하다는 견해가 많다.
 
외국 자본이 가장 관심이 많은 영종도의 경우 2020년까지는 싱가포르처럼 복합리조트 2곳이 적절하고 수요를 살펴가면서 추가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
 
싱가포르 복합리조트에는 한국이 교사(敎師)로 삼을 것,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것이 섞여 있다. 다시 싱가포르로 가보자.
 
MBS 카지노(왼쪽), RWS 카지노.

4~5년 만에 비용 회수    
 
싱가포르에는 복합리조트 2곳이 있다. MBS는 비즈니스형, 리조트월드 센토사(Resort World Sentosa·이하 RWS)는 가족형이다.
 
MBS의 사업 주체는 미국의 샌즈다. 해마다 600만 명 넘는 사람이 방문한다. 호텔, 카지노, 쇼핑몰, 컨벤션센터, 박물관, 극장, 야외 공연장 등이 92만 9000㎡(28만1023평)의 광활한 대지에 조성돼 있다. MBS는 개장 후 지속적으로 매출이 늘었다. 2014년 매출액은 39억7970만 달러로 전년 대비 0.7% 성장했다.
 
토지 값을 포함한 건설 비용은 55억 달러가 들었다. 2012년 영업이익은 14억 달러.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는 4~5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샌즈는 MBS에서 투자금을 회수한 후 발생한 이익금을 싱가포르가 아니라 마카오와 스페인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MBS의 이 같은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복합리조트 사업자를 선정할 때 수익금을 한국 관광산업에 재투자하게끔 해야 한다는 얘기다.
 
RWS는 가족 단위로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다. 말레이시아의 겐팅 인터내셔널 컨소시엄이 투자했다. 6개의 호텔과 카지노,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카지노, 극장, 컨벤션센터, 해양박물관, 해양공원이 들어섰다.
 
싱가포르는 RWS 사업자를 선정할 때 관광 인프라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김문수 지사 시절 경기도가 화성에 유치하려다 실패한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RWS에 들어섰다. ‘트랜스포머’ ‘슈렉’ 같은 미국 영화를 주제로 삼은 놀이공원이다. 디즈니랜드를 잇는 세계 2대 테마파크로 꼽힌다.
 
RWS의 2014년 매출액은 35억391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그중 카지노 매출이 85.8%인 30억3640만 달러다. 건설비용은 52억4900만 달러. 2012년 영업이익이 11억 달러이므로 투자금 회수에 5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는 RWS 카지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미끼로 외자를 유치해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외국인을 유인할 관광 인프라를 구축했다.
 
2월 25일 찾은 RWS는 평일인데도 싱가포르 시민과 외국인으로 가득했다. 중국인 가족 관광객이 특히 많았다. 한국이 ‘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사업을 원하는 기업에 세계 최고 수준의 테마파크와 전시장 시설을 요구해야 한다.
 
싱가포르 RWS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돈만 벌려는 곳 탈락시켜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영종도와 송도를 ‘한국판 싱가포르 프로젝트’의 거점으로 지목했다.
 
영종도는 비행 범위 1시간 30분 내에 배후 인구 13억5000만 명을 가졌다는 이점이 있다. 카지노 자본들이 내국인 출입 허용을 전제로 영종도에 군침을 흘리는 까닭이다.
 
다수 전문가는 복합리조트 사업 신청이 영종도에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월 30일까지 복합리조트 조성과 관련한 콘셉트 제안(RFC)과 사업계획서(RFP)를 받는다. RFC, RFP는 싱가포르의 복합리조트 허가 과정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사업 희망자로부터 토지비용 외 최소 1조 원의 순수 투자금을 유치하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복합리조트 투자금 중 비(非)카지노(Non-Gaming) 부문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데도 이견이 있기 어렵다. 외국 카지노 자본의 배를 불려주는 식으로 사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총 건축면적의 5%를 넘을 수 없으며 호텔, 놀이 및 쇼핑 시설, 레저스포츠, 헬스·의료, 문화·예술 시설을 포함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또한 국내 대기업이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한국도 싱가포르처럼 RFC, RFP 과정에서 카지노로 돈만 벌려는 의도를 가진 기업을 탈락시키고 관광명소 및 인프라 구축에 나설 의지를 가진 곳을 선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비카지노 부문의 투자 규모, 콘셉트를 ‘매우 까다롭고’ ‘아주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투자액이 아니라 복합리조트를 어떻게 꾸릴지에 강조점을 찍고 업체를 선정했다.
 
내국인 출입 부작용
 
수요 예측도 적절해야 한다. 제주도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들은 난립으로 인해 적자경영 상태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강원랜드의 매출(1조3700억 원, 2003년)이 16개 외국인 카지노 전체 매출(1조2700억 원)보다 큰 것이 현실이다.   2025년까지 수도권에 6곳가량의 복합리조트 건설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계산이지만 2개 정도가 적합하다는 학계 보고서도 있다. 외국 자본 카지노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 허용을 요구할 소지가 크다. 허가권을 팔고 뜨는 ‘먹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복합리조트 내 카지노 내국인 출입 허용은 긍정적 효과보다 부작용이 크다는 견해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강원랜드 도박중독치유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사람이 6만 명에 육박한다. 내국인에게 카지노를 개방한다면 영종도의 복합리조트는 퀭한 눈빛을 한 사람들이 즐비한 강원랜드와 비슷한 곳이 될 수도 있다. 싱가포르에서도 내국인 출입 허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적잖게 발생했다.
 
싱가포르 시민은 입장료 혹은 연회비를 내야 카지노에 들어갈 수 있다. 하루 입장료는 100싱가포르달러(약 8만8000원), 연회비는 2000싱가포르달러. 개인 파산자, 정부 보조금 수령자, 6개월 이상 임대료를 내지 못한 임차인은 카지노 출입을 막는다. 복합리조트 개장 이전부터 싱가포르에서는 복권, 경마, 사교 클럽에서의 도박 문화가 확산된 터라 입장료, 연회비 부과는 카지노 수요 억제 효과가 크지 않았다. 복합리조트 전체 방문자의 70%가 내국인이다보니 취약 계층의 카지노 중독을 부추길 소지가 큰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성공 사례가 웅변하듯 마이스(MICE, 회의·인센티브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복합리조트 건설은 자본을 유치해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마이스 산업을 키울 방편이다. 윤리국가로 불린 싱가포르가 카지노를 허(許)했듯 도덕적인 잣대로만 카지노를 들여다볼 일만도 아니다.
 
다만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투자 활성화 대책’으로 분주한 정부가 복합리조트를 두고 조바심을 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지노만 연다고 요우커가 물밀듯 오는 게 아니다.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테마파크와 컨벤션 센터를 요구한 후 카지노 수입만 노린 곳이 떨어져 나가기를 기다렸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별칭이 붙은 사업에서는 업체 선정 과정에서 거의 예외 없이 구린내가 났다. 피해야 할 일이다.
 
출처 :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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